[언제 적 ‘명화원’이야?]
신림동에 있는 J꼼장어 구이집에서 파찌아빠와 삼각지 W대구탕의 쥔장인 손사장이 만났다. 그날 함께 어울렸던 이들은 파찌아빠와 손사장을 비롯하여 3인의 맛집순례단과 ‘J 꼼장어’의 고사장까지 모두 6명이었다. 다들 나름데로 잘 먹어주는 이들이거나, 잘 나가는 음식점의 쥔장이었다.
손사장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얘기도 듣고, 요모조모로 모색 중인 고사장의 그간의 사정도 화제에 올랐었다. 약간은 서먹하기도 하고, 무지 반갑기도 한 묘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가 몇 순배 돌았다. 이런 만남은 파찌아빠가 맛집순례를 하면서 얻게 된 쏠쏠한 재미 중의 하나이다. 이참에 아예‘파찌아빠의 인물열전’이란 테마로 파찌아빠가 맛집순례를 하면서 만나게 된 인물들에 대한 글을 연재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ㅎㅎ 농담이다.(나중에 진담이 될 수도 있다.)
“삼각지에 명화원이라는 중국집이 있는데 맛이 괜찮아요. 한번 가보세요.”
손사장이 파찌아빠에게 느닷없이 삼각지에 있는 작은 중국집인 ‘명화원’에 가 볼 것을 권한다. ‘명화원’은 파찌아빠가 몇년 전에 몇번 먹어 주었던 중국집이었다.
“글쎄...요즘 맛이 변했다고 하던데요.” 파찌아빠의 뻘줌한 대답이었다.
파찌아빠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 생각을 해보니 ‘명화원’에 가본 지가 까마득했다. ‘명화원’의 최근 근황에 대해선 그저 다녀 온 이들의 전언에 의해 주방장 할아버지가 은퇴하신 이후로 맛이 이전 만 못해졌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었다. 맛집 순례자를 자처하는 파찌아빠가 스스로의 발품과 입품도 팔지 않은 채, 몇년 전에 먹어 준 기억과 시중의 소문만으로 ‘명화원’에 대해 미리 예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한심 할 수가 없었다.
‘이 참에 한 번 가봐야 겠구만...쩝’
[순례단을 결성하다.]
장소(명화원)와 메뉴(탕수육)가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언제’와‘누구랑 먹을까?’였다. 파찌아빠가 제한시간 2시간짜리 반짝 번개공지를 날렸더니만 발빠른 다섯 명이 호응을 하고 나선다. 파찌아빠를 포함해서 총 6명이 ‘명화원 먹어주기 순례단’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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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명화원 먹어주기 순례단’의 면면들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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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짜를 꼼꼼히 따져 보면 아직은 30대인 파찌아빠(그러나 ㅜ.ㅠ)
2. 30대 후반의 구라(?)맨. 현재는 딸기의 아빠지만 조만간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단다.
3. 또 다른 30대 후반의 튼튼한 아저씨. 마라톤 완주를 5회 했다는 주장이다. 총각이란다.
4. 와인의 맛에 푹 빠져있는 아저씨. 와인에 대한 공력에 대단하다. 나중에 와인번개를 추진해 보기로 했다.
5. 20대의 복학생.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다. 술도 열심히 마신다.
6. 그 놈(20대 복학생)의 여자친구. 딱 한번의 잠수체험 때 손바닥 만한 전복을 절도한 경험이 있다는 친구다. 잠수한 기억은 없고, 전복을 맛있게 먹어준 기억만 남았단다.
7. 이상 총 6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20대부터 40대까지를 총망라한 버라이어티한 혼성멤버로 구성 되었다. <정보 끝>
[명화원 스케치]
약속시간 10분 전에 파찌아빠가 명화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명화원의 7개 뿐인 허접한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중년의 신사분들과 여사님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 근처의 미군부대에서 근무 하는 듯한 사복을 입은 미국 젊은이와 한국 젊은이, 부부인지 불륜인지 아리송한 아저씨와 아줌마,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 온 듯한 대학생 분위기의 아이들 4명...파찌아빠의 눈에 비친 명화원을 찾은 사람들은 그 나이와 차림새 만큼이나 다양한 사연과 취향을 가졌을 텐데도 하나 같이 만두와 탕수육을 먹고 있었다.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 자리 없어요.(내가 먼저라구요.)”
파찌아빠 혼자 명화원의 문을 지키고 있자니 또 다른 이들이 명화원의 문앞을 기웃거린다. 순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파찌아빠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명화원 먹어주기]
1. 탕수육(1만3천원)
- 명화원의 얼굴마담이다.
- 예전에 할아버지(현재 쥔장의 아버지)가 만드셨을 때 보다 못해졌다는 웅성거림이 있다.
- 양은 다소 아쉽지만 그것 때문에 불만족스럽지는 않다.
- 고기튀김과 탕수소스가 1970년대를 대표했던 중국요리로서의 탕수육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 단, 가격의 압박 탓인지 소스에 들어있는 건데기는 요즘의 허접한 탕수육 수준이다.
- 허연 튀김옷을 입고 있는 고기튀김이 바삭하단 느낌보단 폭신 쫄깃하다는 느낌이 우선이다. 다른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고구마 전분이나 밀가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감자전분을 사용하여 하여 허연색이 나는 것이고, 계란 흰자의 거품이 튀김옷에 촘촘하게 스며들어 쿠션작용을 하여 폭신한 치감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 튀김옷 안의 돼지고기는 쫄깃~폭신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 씹는 맛이 즐겁다.
- 다들 재밌게, 맛있게, 만족스럽게 먹었다.
- 누가 뭐라던 파찌아빠는 맛있게 먹었다. 요즘 이런 가격으로 요 정도의 탕수육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세상이다.
2. 찐만두(4천원)
-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게 되는 한 입 크기의 만두가 10개 나온다. 한개 4백원꼴이다.
- 찐만두가 담겨나온 접시의 하늘색 꽃무늬가 명화원의 전체적인 허접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 직접 만들어 파는 만두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파찌아빠는 맛도 못 봤다
- 파찌아빠가 떠들고, 사진 찍고, 이과두주 마시는 사이에 행방이 묘연해 졌다.
3. 군만두(4천원)
- 제대로 구워진 만두가 10개 나온다.
-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 만두소는 부추나 당면을 일체 안 넣고 돼지고기와 비계를 듬뿍 넣어줘서 맛이 알차다.
- 자장면 두그릇에 따라 나오는 서비스 군만두와는 차원이 다르다.
- 거의 준요리로 대접 받던 1970년대의 군만두의 품격을 계승한 만두였다.
- 명화원에 갈 일이 있으면 파찌아빠에게 속는 셈 치고 꼭 먹어봐라. 그래봤자 4천원이다.
4. 류산슬(2만5천원)
- 결과는 대만족...다들 좋아라 했다.
- 양과 맛에서 2만5천원스러웠다.
- 고추기름이 살짝 뿌려진 채 나온 것이 시각적 만족도를 상승 시켜 침생을 마구 자극했다.
- 목구녕을 뜨겁게 하던 56도 짜리 이과두주의 기운을 기분 좋게 정리해 주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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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명화원’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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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의자와 테이블, 너저분한 식당 분위기, 촌스러운 메뉴판 등등등. 삼각지에 있는 맛집들이 대개 그렇듯이 1970년대의 강북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는 집이다. 주방과 홀의 경계선상에 있는 대형 냉장고의 문을 화이트보드(주문판) 처럼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1. 가는길 :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4-28. 전화번호 02-792-2969. 지하철 4, 6호선 삼각지역 11번 출구로 나와서 20m 직진하면 대로변에 있다. 주차는 바로 옆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유료주차를 하던지 견인을 무릅쓰고 명화원 앞 찻길에 불법주차를 해야 한다.
2. 메뉴 : 탕수육 1만3천원, 찐만두, 군만두 각 4천원, 짬뽕 3천5백원 등....
3. 총평 : 가격대비 맛, 양, 품질에서 만족스럽다. 하지만 허접과 꼬질 사이를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너저분한 식당 분위기로 인해 맛있는 요리를 먹어 준다는 즐거움이 반감됐다. 조금 만 더 깨끗했으면 무지 좋았을 집인데...아쉽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중국음식은 중국술과 함께먹어주는 것이 맛있다. 명화원이라면 ‘이과두주’를 추천한다.
5. Tip
- 점심시간이건 저녁시간이건 간에 제 때 시간 맞춰 가면 줄서기 쉽상이다.
- 오후 3시 30분~5시 30분 까지는 영업을 안한다.
<파찌아빠>
출처 : http://mfbbs.joins.com/Board/View.asp?BoardID=120&page=1&UqID=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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